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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실

영상으로 만나는
대통령

한국과 이집트, 눈부신 미래를 밝힐 출발점✨ ㅣ 카이로대학교 연설

2025.11.21

[화면 자막]

카이로대학교 대강당

 

[사회]

내빈 여러분 지금부터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님을 정중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따뜻한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대통령]

앗-살람 알라이쿰

 

여러분 발음이 엉성하고 이집트 말은 엉망이죠? 그래서 앞으로 말씀은 부득이 한국말로 해야 되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계신데, 제가 40년 전 대학 교정으로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앞에 계신 분들을 보니까 연식이 저하고 비슷해서 갑자기 현실 사회로 되돌아온 거 같기도 합니다. 이집트와 대한민국은 특별한 관계에 있는 형제와 같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카이로대학 유서 깊은 이 대학에서 여러분과 함께 대화하게 되어서 참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주신 야슈르 고등교육 과학연구부 장관님 그리고 압델 사덱 카이로 대학교 총장님, 특히 이 자리를 가득 메워주신 카이로대 학생들, 청중 여러분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찬란한 문명과 젊음의 숨결이 공존하는 이 카이로에서 여러분과 이렇게 눈을 맞추고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대학교가 바로 이 카이로 대학교입니다.

 

대한민국 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몸 가는 법이다.’ ‘움므 알-둔야’라 불리는 이집트의 위대한 문명을 보러 가는 대신에 ‘움므 알 자미앗 알 미쓰리야’라 불리는 이곳 카이로 대학교로 달려온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양국 관계의 미래를 열어갈 든든한 주역, 바로 여러분을 만나는 일이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욱 설레고 더 많은 영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 참으로 반갑습니다.

 

올해는 한-이집트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참으로 뜻깊은 해입니다. 수천 년에 이르는 한국과 이집트의 그 유구한 역사에 비하면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짧은 시간 안에 그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기 때문에 한국과 이집트가 함께 한 시간 그 30년이 더욱 소중한 것이라 믿습니다.

 

한 세대 만에 양국은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했고 교역과 투자는 물론이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늘려가며 양국 관계의 토대를 더욱 견고하게 쌓아올렸습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합니다. 저는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지혜를 양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문명과 평화의 빛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이집트 문명은 아낌없이 내리쬐는 태양 빛의 은총과 척박한 사막마저 비옥하게 품어낸 나일강의 포용성을 동력 삼아 인류 역사에 찬란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수많은 돛단배가 바람을 타고 오가던 그 아름다운 나일강에서 내륙과 지중해가 연결되었고, 물건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고 결국 이집트 문명은 오랜 시간 거대한 번영을 일궈낼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한국문화가 각광 받는 이유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문화의 강점을 어우르고 새로운 장르로 탄생한 K-컬처는 보편적인 동시에 독창적인 매력으로 국가 간 문화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포용을 바탕으로 한 상호 교류만이 공동번영의 빛을 만들어 낼 중요한 지혜입니다.

 

이집트와 한국은 8,000km 이상 떨어진 먼 나라이지만, 평화에 대한 오랜 열망의 역사 앞에서 양국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이집트의 지리적 특징에는 동시에 강대국의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한반도 역시 대륙과 해양이 만난다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열강의 각축이 벌어지던 전략적 요충지였습니다. 이로 인해 20세기 초, 국권 침탈의 수난까지 겪었고, 지금도 전쟁을 겪은 후 그로 인한 분단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과 이집트인들은 지정학적 운명에 순응하며 주어진 평화를 누리는 데 결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불굴의 의지로 고뇌하고 인내하며 누구보다 절실한 각오로 평화의 새 역사를 써 내려 왔습니다.

 

‘따로 또 같이’ 이렇게 써내려가던 평화에 대한 열망은 1919년 운명처럼 서로를 마주하게 됩니다.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주독립의 의지로 일본의 식민통치를 뒤흔들고 우렁찬 평화의 함성으로 무도한 총칼을 이겨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이집트에서도 독립의 열망을 세계만방에 알리며 분연히 일어난 이 땅의 주인들이 있었습니다.

 

수천킬로미터 떨어져 있었음에도 자주독립과 자유, 평등의 정신 앞에 한국과 이집트의 시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1943년 11월 27일, 이곳 카이로에서 대한민국은 빼앗긴 빛을 되찾을 길을 얻었습니다.

 

지도자의 의지와 결단도 평화를 지켜내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집트의 사다트 전 대통령께서 ‘아랍의 배신자’란 비난까지 각오한 채 목숨 걸고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쟁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평화 속에서 살 수 있기를 원한다”

 

두려움 없이 미래 세대를 선택한 사다트 대통령의 결단은 중동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고, 이집트-이스라엘 간의 역사적인 평화 협정을 만들어 내지 않았습니까. 알시시 대통령 역시 2년 간의 템포가 잘 안 맞군요. 알시시 대통령 역시 2년 간의 가자지구 사태 속에서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중재의 끈을 놓지지 않았습니다.

지칠 줄 몰랐던 인내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주재한 샴엘쉐이크 평화 회담의 소중한 결실로 피어났습니다. 가자(Gaza) 지구 휴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길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전임 대통령들은 금단의 선을 넘으며 한반도 평화의 새 길을 개척해 왔습니다.

 

이제 시작되는 이재명 정부도 남북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우선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남북 간 교류·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북미 사이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지원하고, 그리고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해 갈 것입니다. 알시시 대통령께서도 저의 이런 노력과 구상에 관해 확고한 지지를 표현해주셨습니다.

 

고난의 역사를 견뎌온 한국과 이집트가 국제사회와 손잡고, 분쟁으로 고통받는 인류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선사할 평화의 여정,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바로 여러분의 미래입니다.

 

이처럼 한국 그리고 이집트 역사에 도도히 흐르는 문명과 평화의 빛은 양국의 공동번영을 이뤄낼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집트, 나아가 중동과 대한민국이 함께할 비전, ‘SHINE 이니셔티브’를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S는 Stability(안정)을 H는 Harmony(조화)를, I는 Innovation(혁신)을, N은 Network(네트워크)를, E는 Education(교육)을 뜻합니다. 평화, 번영, 문화 세 가지 영역에 걸친 ‘샤인 이니셔티브’를 토대로 중동과 한반도가 상생하는 미래를 함께 열어 나갈 것입니다.

 

첫째, 함께하는 관여를 통해 안정과 조화(stability and harmony)에 기반한 한반도와 중동의 평화를 구축해 가겠습니다. 우리 정부는 2007년부터 레바논에 동명부대를 파병하며 중동 평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 국가 해법을 일관되게 지지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건설적인 해결에 뜻을 모았고, 분쟁지역의 식량난을 해결할 인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 카이로 방문을 계기로, 가자 사태를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집트 적신월사에 천 만 불을 새로 기여할 것입니다.

 

알시시 대통령께서 추진하고 있는 가자지구 복구 프로그램에도 함께할 것을 조금 전에 서로 합의했습니다. 한국에는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전쟁의 포화를 겪으며 이산가족의 슬픔을 견뎌낸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분쟁으로 위협받는 이들의 눈물에, 고통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합니다. 글로벌 책임 강국 대한민국은 중동에서도 연대의 가치를 굳건히 수호해 나갈 것입니다.

 

두 번째, 함께하는 혁신(innovation)으로 공동 번영의 미래로 도약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집트의 ‘비전 2030’처럼 각국의 경제발전을 이끌 맞춤형 협력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미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이 이집트 국민을 세계와 연결하고 있고,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카이로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정부는 제조업 공동생산을 통해 중동 각국의 수출과 고용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이집트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은 자유무역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게 될 것이며, 그를 위한 노력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초고속 압축 성장은 중동의 도움 없이 불가능했을 역사적 성취입니다. 중동으로부터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대규모 건설 수주를 포함한 중동 국가와의 경제협력이 없었다면, 세계 10위 경제 대국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나일강의 기적에 기여할 차례입니다. 에너지·건설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인공지능, 수소 등 미래 혁신 분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세 번째, 함께 만들 네트워크(Network)와 교육(Education)으로 교류와 협력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자주 만나는 것만큼, 서로의 문화를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일만큼, 양국의 우호 관계를 단단하게 만들 동력은 없습니다. 이미 이집트 청년들이 한국국제협력단이 설립한 베니-수에프 기술대학에서 기계, 전기,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의 기술을 익히며 산업역군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카이로 대학을 포함한 양국 대학 간의 교류를 더 확대하고 더 많은 이집트 학생이 한국으로 유학할 수 있도록 ICT 분야 석사 장학생 사업, 연수프로그램 확대 등 제도적 지원을 늘려가겠습니다.

 

대한민국과 이집트간의 문화 교류의 지평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푸드, 패션, 뷰티 등 K-컬처에는 한국과 중동의 교류를 확장할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담겨 있습니다. 중동에서 기원한 훔무스를 많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것처럼 이집트에서 K-할랄푸드에 대한 인기가 확산되고, 한국 음식과 이집트 음식을 서로가 자국 음식처럼 즐기게 될수록 양국의 국민들은 더 가까운 친구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최근 개관한 이집트 대박물관과 대한민국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양한 협력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나누는 역사적 경험이야말로 문화 교류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중동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우리 국민이 중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환경을 하나하나 조성해 가겠습니다.

 

여러분, 사실 ‘SHINE 이니셔티브’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여러분의 꿈이 바로 우리 두 나라의 미래라는 것입니다. 한강의 기적과 나일강의 기적, 두 가지 기적을 하나로 잇고 세계를 향해 함께 도약할 미래의 주인공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입니다. 청년들 간의 교류야말로 가장 빠르고 가장 강한 연결고리입니다. 앞으로 한국 청년들과 거침없이 소통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리더로 성장해 나가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만남이 여러분의 눈부신 미래를 밝힐 출발점이자, 한국과 이집트, 한국과 중동 앞에 펼쳐질 더 빛나고 찬란한 여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말씀을 끝내기 전에 이 말씀을 추가로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이집트 문명을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집트를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이집트 국민들은 다가올 한국과 이집트의 새로운 미래를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